요즈음에는 산에 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
봄이되어 산에 진달래, 철쭉이피며 신록이 싱그러워지고 가을에 단풍이 화사하며 억새가 제 모습을 들어낼 때면아름다운 산들에 사람들이넘친다. 그러나 산에 가는 사람들에게 왜 산에 가는가, 산의 무엇이 좋은가 물으면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첫째, 아름다움을 보고자 산에 간다. 산은 아름답다. 그 모습이 아름답고 그 선이 아름다우며 그 색깔이 아름답다. 그리고 산은 순수하고 소박하며 자유로움이 있다. 그래서 산은 사람들에 안식과 만족과 건강을 주게 된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찾아서 산에 간다.
산을 찾아가는 동기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르지만 초점은 결국 대자연인 산의 아름다움에 맞추어진다. 아름다움을 추구해서 만든 노래나 그림이나 조각은 인간이 만든 예술품이지만 산의 아름다움은 신이 만든 예술품이다.
산의 아름다움에는 즐겁게 노래하는 새 소리도 있고, 가지각색의 꽃이 있으며, 바람에 산들거리는 풀잎이 있고, 흘러가는 구름이 있으며 개울물 소리, 우렁찬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 흘러가는 구름과 안개도 있다.
그리고 산의 아름다움은 철과 때에 따라 해와 달과 구름과 안개, 눈과 비와 어울려 끊임없이 변한다. 이 산의 아름다움은 옮기거나 걸어 놓고 볼 수도 없으며 감추고 전시할 수도 없다.
산으로 찾아가 볼수 밖에 없다.
우리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은 공기나 물처럼 필수적인 것이다.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면 사람으로서의 자격을 잃는다. 인간사회에 아름다움이 없다면 거칠음과 불안 그리고 끊임없는 싸움 때문에 사회가 매말라져서 공기와 물이 없을 때처럼 마침내 인간사회는 모두 멸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신이 만든 예술품인 대자연과 산에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산에 간다. 우리 조상들은 산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아예 산에 들어가 살면서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 불렀다.
10년을 경영하여 초려 한 간 지어 놓니반간은 명월이요 반간은 청풍이라 청산은 들일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둘째, 대자연과 어울리고 인간다워 지고자 산에 간다. 사람은 대자연의 일부에 불과하고 태초에 사람의 보금자리는 자연이었다.
사람은 자연의 한 부분일 때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답다. 그러나 인간의 간교한 지혜로 문명이 만들어 지고, 그 문명은 자연을 이용하여 더욱 크게 발전하면서 자연을 더욱 망가뜨리고 있다. 자연이 망가지면 인간도 살기 어렵게 되고 결국 멸망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귀소본능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아가듯 사람들은 태초의 보금자리였던 대자연의 일부인 산에 가기를 좋아한다.
자연이 그래도 제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산과 바다이다. 바다는 배가 있어야 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어 쉽게 가까이 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산에 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큰 부자라 할지라도 그 아름다운 자연을 사서 자기 집 뜰에 옮겨 놓을 수 없고 아무리 권세가 높다 할지라도 높은 산을 낮출 수 없으며 먼 산을 가까이 당길 수도없다.
차나 비행기를 타고 산에 오를 수도 없고 자기 체력으로 걷고 오르고, 바람과 비와 눈도 맞아야 하며 자기가 가져간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행이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활동이라 할 수 있으며 잃은 인간성을 산에서 다시찾을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시조를 보면 우리 조상들도 무척 자연을 좋아했고 또 인간 다웠음을 알 수 있다.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켜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이야 박주산채일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셋째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고자 산에 간다. 산행은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활동이면서 좋은 운동이기도 하다. 산행은 산에 가는 것이고 산에서 걷는 것이다. 그래서 산행에는 특별한 운동기구나 기술이 필요 없고, 편을 갈라 겨룰 필요가 없는 운동이며, 기록을 재거나 다투어서 이기고 지는 것을 판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쉽고 편안 운동이다.
그러나 그 운동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또 숲 속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맑은 개울물도 실컷 마시며 하는 운동이며, 사람의 수나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없는 운동인 것이다. 더구나 산행이 사람의 건강에 아주 좋은 것은 정신적인 면에서 크나큰 기쁨과 만족과 성취감을 안겨 준다는 점이다.
대자연인 산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큰기쁨을 맛보게 되고, 산 고스락에 올라 설 때에 성취의 쾌감을 느끼게 되며, 밝고 맑고 바르고 크며 넓은 이른바 호연의 기(浩然의 氣)를 느끼게 된다.
세속의 가정과 일터와 거리에서 찌든 머리와 가슴 속의 불쾌함과 불만과 울분을 씻어내고(이른바 스트레스의 해소) 새로운 의욕이 일어서 삶은 더욱 활기차게 된다.
그래서 산행은 머리와 가슴 속의 때를 씻어내는 일종의 정신(마음)의 목욕이라 할 수 있다. 육신의 운동이 정신적인 정서와 결합되어 훌륭한 건강을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산행은 인간 형성에 있어서 육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결합되어 있다는 좋은 증거가 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다음과 같은 훌륭한 말씀을 하셨다. 매일 산을 보며(日日見山) 그 높음을 기리고(慕其高) 그 장중함을 배우며(學其重)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愛其麗) 그 옛스러움(변하지 않음)을 벗하라(友其舊) 그 참는 것을 본 받아라(倣其忍)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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